제가 아주 어렸을 때 어떤 책에서 돼지 같은 네발짐승이 두발로 서게 되면 내부 장기에 안 좋다는 설명을 읽은 기억이 있습니다. 수평형의 척추뼈에 내장들이 지탱되고 있어서 (초등생 수준에서 쉽게 이해하길, 빨래줄에 빨래 걸린 듯이 내장들이 등뼈에 걸려있어서) 만약 등뼈를 세우고 일어나면 모든 내장들이 아랫쪽으로 우루루 쏠린다고 하더라고요..
반면 사람들은 직립보행을 위해 진화되었기 때문에 내장들이 목에서부터 아래로 매달려 있는 형태라고 하더군요. 물론 이런 말로 간단하게 설명되지는 않을테고 당연히 내부 근육들이 그 어떤 역할을 하겠지요. 아무튼 여기서 의문이 하나 생깁니다. 서 있는 상태를 감당하기 위해 내장들의 위치와 지탱력이 발달했다면 과연 누워있는 상태일 때는 무슨 문제가 없겠는가 하고 말이죠.
몇년 전, 인터넷 뿐만 아니라 신문기사에서도 "어느쪽으로 누워 자는 게 좋은가?" 하는 글들이 한창 유행처럼 올라왔던 적이 있습니다. 결론이 정확히 난 것은 아니지만, 아마도 다수결(?)로 따지자면 왼쪽으로 눕는 게 좋다는 주장이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부처님 불상 중에 왼쪽으로 누워있는 걸 보신 분들 있나요? 전혀 없지는 않습니다만, 동남아의 여러 불상 사진이나 한국 내의 몇 안 되는 와상을 보더라도 대부분 다 오른쪽으로 누워 계십니다.
심지어 경전에도 자주 나오는 구절인데, "가사를 펴서 오른쪽 옆구리를 땅에 대고 누우셨다" 라는 표현이 많습니다. 경전의 다른 표현들, 예를 들면 "뒤를 돌아보시며 라훌라를 향해 ..." 어쩌고 하는 구절들에 왼쪽으로 돌아보셨다든가, 오른쪽으로 돌아보셨다는 표현은 없는데 왜 하필 옆으로 누우시는 장면에서는 꼭 "오른쪽"이라고 명시되어 있는 걸까요?
불교와는 관련없는 전혀 다른 사례로, 옛날 우리나라 도사님들도 잠을 잘 때는 오른쪽으로 누워 약간 엎드린 상태로 몸을 조금 구부린 자세였다는군요. 또한 요가에서 마지막에 사바사나(시체자세)를 끝내고 일어날 때 왼팔을 오른쪽으로 넘겨 사실상 몸이 오른쪽으로 눕혀진 모습에서 서서히 일어나라고 하는 경우가 많죠.
여기서 제 주장을 밝힌다면, 대체로 오른쪽으로 누워있는 게 훨씬 좋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저한테는 그게 더 안정된 자세로 경험되어 있고요. 굳이 어거지로 이유를 갖다붙인다면, 첫째로 '심장'입니다. 심장은 몸의 중심에서 왼쪽에 있기 때문에 왼쪽으로 누우면 압박을 많이 받습니다. 오른쪽으로 누우면 그 압박이 좀 경감되겠죠. 혹자는 대동맥의 방향이 왼쪽으로 향하기 때문에 왼쪽으로 누워야 한다던데 제 식견으론 심장의 출구 방향 보단 전체적인 심장의 높이가 더 중요할 것 같습니다.
두번째로 '간'입니다. 간은 오른쪽에 있으니까 오른쪽으로 누우면 간으로 피가 공급되기 원활해집니다. 간은 우리가 잠을 잘 때 피로회복의 역할을 해주어야 하니까 피를 많이 공급받으면 좋겠지요.
세번째로 '위'입니다. 오히려 많은 주장들에서 바로 이 위 때문에 왼쪽으로 누워야 한다고 합니다. 이유는 역류성식도염 때문이라는데 밥을 먹고 바로 오른쪽으로 누우면 위의 입구가 왼쪽에 있어서 위산이 식도로 역류한다는 주장이지요. 저도 이건 그럴 듯 한데요, 하지만 밥을 먹고 어느정도 시간이 지난 후라면 위산이 흘러넘쳐 역류할 일은 없지 않을까 합니다. 오히려 위의 출구가 오른쪽으로 비스듬히 이어져 있기 때문에 오른쪽으로 누워야 소화 방향이 아래를 향하니까 더 좋지 않을까요.
네번째는 '장'입니다. 소장의 방향은 왼쪽, 오른쪽 왔다 갔다 하니까 어느 방향이 특별히 유리할 것 같진 않지만, 마지막에 대장에서 직장 방향은 확실히 왼쪽에서 중앙으로 향하므로 오른쪽이 아랫방향이 되면 변이 차곡차곡 쌓이는 데에 도움이 좀 되지 않을까 합니다. 사실 이건 제 개인적인 경험이긴 한데 왼쪽으로 누우면 배(대장)에 가스가 많이 차는 것 같더라고요. ^^;
그다지 과학적이라거나 객관적인 임상실험에 의지한 이야기는 아니었습니다. 다만 어느 한쪽에 베팅해야 하는 거라면 저는 그래도 부처님 자세와 같이 오른쪽으로 눕는 쪽을 택하겠습니다. 사실 그 차이가 있기나 한 건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오른쪽이라고 믿는 마음이 있다면 왠지 그 쪽 자세가 더 편하게 느껴지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