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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 김정희의 세한도, 세한연후지송백지후조
작성일 : 2024.09.27.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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萬頭권두안

장무상망(長毋相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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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한도는 추사가 제주도 유배 시절에 그린 그림이다. 귀한 청나라 서책을 애써 구해 보내준, 제자이기도 한 역관 이상적에게 일종의 답례로 보낸 그림이다.

세한도를 들여다보면 왼쪽에는 비교적 나이 어린 잣나무(측백나무라는 설도 있다) 두 그루가 있고 오른쪽에는 오래된 잣나무 한 그루와, 심하게 가지가 굽은 늙은 소나무 하나가 힘겹게 서있다. 그림 한가운데에는 둥근 창문을 가진 조그맣고 단순한 집 한 채가 놓여있다.

계절은 한겨울이라 나무들조차 힘들어하고 있고, 둥근 창문은 마치 찬바람이 숭숭 드나드는 구멍 뚫린 추사의 가슴 같아 보기에 애처롭다. 춥고 쓸쓸한 겨울 풍경이다. 거기에 추사의 거칠고 메마른 붓질이 더해져 보는 이의 마음을 더욱 황량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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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잣나무와 소나무가 매서운 추위를 이겨내려 애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비록 소나무는 늙어 힘겨워 하지만 세 그루 잣나무는 겨울 추위를 뚫고 꼿꼿하게 버티고 있다.

세한도의 ‘세한’은 논어의 ‘세한연후지송백지후조歲寒然後知松柏之後彫에서 가져온 말로, 논어의 이 문장은 ‘겨울이 되어서야 비로소 소나무와 잣나무가 시들지 않음을 안다’는 정도의 뜻이다. 봄이나 가을에는 잘 모르다가 나뭇잎이 모두 떨어지고 만물이 얼어붙는 겨울이 되면 새삼 소나무와 잣나무가 늘 푸른 나무라는 것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사물의 본성이 잘 드러나는 것도 평소가 아니라 예외적 조건일 때이고 사람도 힘들고 어려운 때를 겪어봐야 진면목이 드러난다는 뜻이다. 예컨대 뿌리치기 힘든 유혹 속에서 그가 어떻게 하는지, 또 곤경에 빠졌을 때 어떻게 처신하는지를 봐야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비로소 알 수 있으며, 인간관계도 마찬가지여서 힘든 시절을 겪어봐야 그 관계를 확인할 수 있다. 피아의 구분도 함께 어려움을 겪어봐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뒤집어 말하자면 평소의 좋은 관계는 단편적이고 인상적인 판단일 뿐이고 시련과 곤경을 경험해봐야 그 관계의 진실성과 성실성이 증명된다는 것이다. 의미심장한 말이다. 추사는 몰락한 자신에게 유배 이전이나 마찬가지로 한결같은 이상적에게 이 말을 세한도에 담아 보낸다.

오래 전이긴 하지만 한 때 학교 내 방에도 세한도 축소본을 그런대로 보기 싫지 않게 표구해서 걸어놓은 적이 있었다. 그때는 세류에 따라 출렁이는 인간 욕심들이 유난히도 눈에 거슬렸고, 그래서인지 세한도 속의 잣나무처럼 엄격하고 카랑카랑한 사람들이 그리웠다. 차가운 겨울 칼바람을 겪기 전까지는 사람의 진짜 모습은 알 수 없으니 그때까지는 그 사람에 대한 나의 판단은 아껴 놓으리라는 생각도 없지 않았다. 내 스스로는 믿을 수가 있는가라는 자경自警의 의미도 있었다.

그러나 잠시 그러다가 슬그머니 세한도를 내려놓았다. 사람 살이가 생각처럼 그렇게 호락호락한 게 아니라는 걸 이내 알게 되었고, 또 사람이 의리와 신의를 간판처럼 내걸고 살기는 쉬워도 그것을 내면화하고 생애를 걸고 그렇게 사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라는 쪽으로 생각의 무게중심이 좀 더 옮겨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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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인간이 세속적 부와 권력을 얻고자 하는 밑바탕에는 이기심이라는 본능의 강력한 유혹이 놓여 있음을 부인할 수 없고, 도킨스가 『이기적 유전자』에서 말하는 이기적 세계관의 보편성도 유감스럽지만 부분적으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인간이 전적으로 이기적이고 탐욕적인 존재는 아니겠지만 인간에게 그런 이기적 측면이 있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면서 내 세월의 때도 구차하게 쌓여갔다. 한동안 잊고 지냈던 세한도의 늙고 등 굽은 소나무가 다시 내 뇌리에 떠오르게 된 것은 요즘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등 주변에서 흘러나오는 이런저런 소문들을 듣고서이다. 역시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것은 지난한 일인 모양이다.

 -참여연대 여는 글에서- “정중히 모셨다.”

**위의 글과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는 글을 옮겨본다.
路遙知馬力 日久見人心(노요지마력 일구견인심)

“먼 길을 달려봐야 말의 힘을 알 수 있고,

사람은 오래봐야 그 사람의 마음을 안다.”

**한자 비교

彫-새길 조

凋-시들 조

어떤 글에서는 시들 조를 쓰기도 하고,어떤 글에서는 새길 조를 쓴다. 어떤 조자가 맞는 지 곰곰히 생각해 봤다. 소나무와 잣나무는 겨울이 와도 시들지가 않는다. 그런데 시들 조자를 쓰면 그 뜻이 맞지 않는다.

겨울이 지난 후에 시든다(?)...스승 김정희가 제자 이상적에게 보낸 세한도의 의미는 장무상망(오랜동안 서로 잊지 맙시다)라는 뜻과는 맞지 않고  사시사철 변하지 않는 푸른 송백(소나무와 잣나무)의 속성과도 배치된다. 그렇기 때문에 새길 조를 써야 그 뜻이 바로서게 된다. 송백이 추운 겨울에도 그 푸르름을 늘 새기고 있듯이 우리도 변치말고 그 우정을 가슴에 새깁시다.란 뜻으로 해석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만두의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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