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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김성동의 장편소설 『국수』는 제목부터 독자에게 강한 기대감을 안겨준다.

萬頭권두안 2025-09-10 (수) 09:45 2개월전 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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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國手)’는 바둑의 제일인자를 뜻하며, 한 개인의 삶뿐 아니라 시대적 흐름을 바둑이라는
은유를 통해 읽어내겠다는 야심찬 포부가 담겨 있다. 그러나 작품을 끝까지 읽고 나면,
제목이 약속했던 ‘국수의 탄생’이나 ‘국수다운 사고방식’은 부분적으로만 드러나고, 결말은
열린 여운만 남긴 채 끝나버린다.

소설의 초반은 무게감 있다. 석규의 할아버지, 아버지를 내세우며 전통과 역사를 배경으로
석규가 국수를 꿈꾸는 서사를 시작한다. 바둑판 위에서 펼쳐지는 수읽기, 세상과의 대결은
한 소년이 성장하는 과정의 상징으로 제시된다.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줄거리보다는 충청도 사투리, 풍속, 인물들의 일상 묘사가 중심이 되고,
결국 만동이와 같은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로 마무리되면서 긴장감은 느슨해진다.

특히
아쉬운 점은 동학농민혁명이라는 격동의 역사가 배경으로만 스쳐간다는 것이다.

석규가 국수를 꿈꾸는 소년에서 ‘판을 읽는 사람’으로 성장하는 과정이 동학혁명과 맞물려
전개되었다면, 그리고 혁명의 패배 이후 석규가 바둑판 앞에 앉아 패배의 원인을 복기하며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면, 작품은 훨씬 더 제목과 어울리는 깊이를 가질 수 있었을 것이다.

『국수』는 결과적으로 전형적인 서사소설이라기보다는 충청도 말맛과 삶의 질감을 기록한
민속학적 기록에 가깝다. 작가는 사건의 결말보다 인물들의 말투, 호흡, 시골 공동체의 정서를
생생하게 남기기를 선택했다. 이 선택은 소설을 독특하게 만들지만, 동시에 ‘국수’라는 제목이
던지는 긴장감과는 다소 어긋난다.

이러한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국수』는 여전히 귀한 작품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근대 이전 한국인의
말과 사고, 공동체적 정서를 생생하게 담아낸 거의 유일한 장편서사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다만 독자 입장에서는 석규가 국수로 완성되는 순간, 즉 ‘승부의 판을 다시 짜는 결심’을 보는 것으로
작품을 마무리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 아쉬움이야말로 『국수』가 남긴 여운이며, 동시에
새로운 시대의 ‘국수’를 기다리게 하는 힘이다.
동학혁명이 8부능선에서 실패를 하여 새로운 세상을
꿈꾸던 백성들의 꿈은 좌절됐고 허망하게 물거품으로 끝이 났지만,그 결과로 굳게 닫혔던 문이 열리고
조선이 근대화로 들어서는 길을 만든 계기가 된 것은 큰 성과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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